연옥에서 천국을 사는 사람들

연옥에서 천국을 사는 사람들

 

-온유와 겸손-

 

이미 현세에서 마치 확고부동한 계급제도처럼 천국과 연옥과 지옥이 나뉜 것처럼 보입니다. 장소나 환경을 보면 정말 천국같은 곳에 사는 이들도 있고, 연옥이나 지옥같은 곳에 사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오늘(112)위령의 날(All soul's day)’입니다. 위령의 날은 죽은 모든 이들, 특히 연옥 영혼들이 하루 빨리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도록 기도하는 날입니다. 어제(111) 하늘나라의 모든 성인을 기리는 모든 성인 대축일(All saints)’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날입니다. 이처럼 교회는 자비하신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어제는 천상영혼들을 위해 기도했고 오늘은 연옥영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어제 저녁 늦게 아주 멀리서 수도원을 찾았던 자매를 잊지 못합니다. 갖가지 질병에 불우한 환경에서 오로지 믿음으로 살아 온 분입니다. 20여년 이상 보아 온 분이기에 그분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 왔고 살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압니다. 언제 어둠의 터널을 통과할지 끝이 보이지 않는 갈수록 힘들게 느껴지는 그 자매의 삶입니다.

 

자매님은 살아서 연옥 고통을 겪으며 정화되셨기 때문에 연옥을 거치지 않고 천국으로 직행할 것입니다.”

 

자매의 시련과 고난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심에서 우러난 위로의 말에 자매는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연옥같은, 아니 지옥같은 환경에서 천국을 사는 자매라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그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 수사들에게 선물하고자 손수 손으로 뜬 겨울 목도리 12개를 들고 그 먼거리를 병든 남편과 함께 온 것입니다.

 

그러니 위령의 날은 연옥영혼뿐 아니라 연옥같은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착안한 강론 제목 '연옥에서 천국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세상에는 이런 분들이 곳곳에 많습니다. 예수님이나 바오로 사도, 그리고 무수한 성인들의 현세 삶의 환경 역시 연옥이나 지옥과도 흡사했지만 이분들은 모두 열악한 환경중에도 천국을 사셨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천국이나 연옥, 지옥은 장소 개념이 아니라 관계 개념입니다. 하느님과 깊은 믿음, 희망, 사랑의 관계 속에 연옥같은 환경속에서도 이웃과 평화로이 공존공생할 때 바로 천국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지혜서에서 소개되는 의인들의 삶이 이렇습니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연옥같은, 지옥같은 환경 중에서 천국을 사는 의인들에 대한 마지막 묘사가 더 은혜롭습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을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이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의 거룩한 이들에게 주어지고, 그분께서는 선택한 이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다.”

 

바로 하느님이 그분과 함께 하시기에 아무도 이런 의인들을 다치지 못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천국을 사는 믿음의 의인들입니다. 오늘 로마서의 불순종의 아담과 순종의 그리스도의 대조도 의미심장합니다. 주님께 불순종으로 천국에서 연옥같은 삶으로 추락한 아담과는 대조적으로 주님께 철저히 순종함으로 연옥같은 세상에서 하늘나라의 천국을 사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위령의 날, 주님은 오늘 복음을 통해 연옥같은 현세의 삶 중에도 우리 모두 성인다운 천국의 삶을 살도록 위로하시며 격려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연옥같은, 지옥같은 환경에서 천국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이 복음 말씀 하나뿐입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 말씀처럼 늘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연옥같은, 지옥같은 환경속에서도 주님과 함께 온유하고 겸손하게 살면서 인간 존엄과 품위를 지키며 성인다운 의인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연옥에서, 지옥에서 천국을 사는 것입니다. 주님이 함께 계신 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인생은 주님의 온유와 겸손을 배우는 학교이고 우리는 평생 주님의 온유와 겸손을 배워야 하는 평생학인입니다. 점차 주님을 닮아가면서 우리의 불편한 짐은 주님의 편한 멍에로, 우리의 무거운 짐은 주님의 가벼운 짐으로 바뀌고 우리는 지금 여기서 천국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연옥같은 환경중에도 천국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나는 주님 앞에서 걸어가리라. 살아 있는 이들의 땅에서 걸으리라.”(시편116,9).

 

아멘.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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