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연옥

고마운 연옥   

 

유태인들 전통에는 항상 밖에 나갔다 오면 손과 발을 씻는 전통이 생겼었고 지금도 모든 식당 앞에는 손을 씻는 곳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고 있기에 씻어도 되고 안 씻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씻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손과 발에 묻어있는 병균에 의해 걸릴 수도 있는 병을 피해갈 수 있었을까요? 어떤 때는 강요된다고 해서 불만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전통이 참 고마운 전통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나라도 깨끗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요한 묵시록을 보면 하느님 나라에 있는 의인들이란,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빨아 희게 한사람들입니다.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큰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나라에서 가장 작은 사람도 세례자 요한보다는 크다고 하십니다. , 완전히 자신을 순결하고 깨끗하게 하지 않은 사람은 하느님나라에 들어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어떠한 흠도 티도 하느님나라에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이렇게 온전히 깨끗해져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모두가 부족한 상태로 죽음을 맞기 때문에 하느님나라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을 씻는 연옥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은총입니다. 연옥이 없다면 누구도 하느님나라에 들어가기가 합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신교에서는 성경에 연옥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옥의 존재를 부정합니다.

 

개신교인들이 연옥이 없음을 주장하는 가장 큰 증거는 성경에 연옥이란 말도 안 나오고 그것에 대한 언급도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는 사실입니다. 천국이나 지옥은 수없이 나와도 연옥이란 말은 단 한 번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천국도 지옥도 아닌 곳이 내세에 있음은 여러 군데에서 발견이 됩니다.

 

사람의 아들을 거역해서 말하는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성령을 거역해서 말하는 사람은 현세에서도 앞으로 올 세상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마태오 12, 32)

 

현세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입니다. 앞으로 올 세상은 죽음 이후의 세상이나 세상 종말 이후의 새로운 세상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종말 이후의 새 하늘 새 땅의 세상은 이미 하느님나라이기 때문에 죄가 있는 사람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더러운 것도 하느님나라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묵시 21,27 참조).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실 때 죄가 용서 받을 수 있는 곳은 이 세상죽음 이후의 세상이란 뜻입니다. 그러나 이미 천당에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용서 받을 죄가 없고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용서 받을 수가 없는데 그렇다면 천국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완전히 깨끗해지지 못한 사람들을 가리키지 않는다면 누구를 의미하겠습니까?

 

그들은 숨은 일을 모두 드러내시는 주님을 찬양하였다. 그리고 죽은 자들이 범한 죄를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면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유다는 각 사람에게서 모금을 하여... 그것을 속죄의 제사를 위한 비용으로 써 달라고 예루살렘으로 보냈다... 그가 죽은 자들을 위해서 속죄의 제물을 바친 것은 그 죽은 자들이 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2마카베오 12,41-45)

 

연옥의 존재에 관해 이것보다 더 명확하게 나와 있는 구절은 찾아볼 수 없지만 안타깝게 개신교는 이 성경을 정경에서 제외시켜버렸습니다. 신약과 구약의 정경은 교회가 정한 것이지만 개신교는 신약은 교회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구약은 그리스도교를 견제하기 위해 여러 경전을 제외시켰던 유태인들의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구약은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종교가 정한 것을 그대로 따른다는 뜻입니다.

 

또 그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논거는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으로 사람들은 단번에 죄 사함을 받습니다. 단번에 죽으시고 단번에 모든 죄가 사해졌으므로 그것으로 인간의 죄에 대한 청산은 이미 이루어진 겁니다.”라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죄가 완전히 사라지던가, 믿지 않아서 지옥에 가던가, 둘 중에 하나라는 뜻입니다.

 

죄를 계속 짓더라도 믿음만 가지고 있으면 다 사해지니 죽을 때 믿음이 있는 사람은 완전히 죄가 용서된 상태에서 천국으로 바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의 피는 죄를 용서하여 사람을 살립니다. 따라서 죄가 없이 죽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죄가 다 사해졌다는 것이 완전하게 되었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린 아기는 죄가 없습니다. 그러면 아기 때 죽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더 살도록 하시는 하느님이 조금 이상한 분이실 것입니다. 아기는 죄가 없지만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은 죄를 알게 되더라도 완전한 성인이 되도록 시간을 주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연옥이란 완전하지 못한 상태로 죽은 이들이 고통을 통해서 자신을 완전하게 성숙시키는 하느님의 자비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쉽게 말하면 조금만 더 공부하면 낙제를 면하기 때문에 조금 더 공부하도록 나머지 공부 시간을 주시는 것입니다. 연옥이 없다면 바로 천당 갈 사람은 정말 드물 것입니다.

 

어렸을 때 부잣집 친구 생일잔치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신을 벗고 집으로 들어가는데 양말에 구멍이 나서 엄지발가락이 튀어나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창피해서 계속 다른 발로 그 발을 밟고 있었습니다. 좋은 음식과 놀이들은 더 이상 좋아 보이지 않았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하느님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완전한 성인들만 있는 곳인데 혼자만 어린 아기라면 본인이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연옥은 벌을 주기 위한 곳이 아니라 하느님나라에 들어갔을 때 충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곳이기에 은총의 공간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곳의 고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괴로움을 한데 합친 것보다 연옥의 아주 미소한 괴로움이 더 혹독합니다.” (성 치릴로)

 

연옥에서 일순간 받는 고통은 석쇠 위에서 순교한 성 라우렌시오의 고통보다 더 무섭습니다.” “현세에서 받는 모든 괴로움보다 연옥불은 혹독합니다.” (성 아우구스띠노)

 

왜 죽은 뒤에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하냐면 죽은 이후에는 믿음의 공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선 믿음의 불을 통하여 우리 자신을 단련하지만 죽은 뒤엔 더 이상 믿을 필요가 없기에 그 고통이 더 가중되는 것입니다.

 

사람을 성숙시키는 것엔 고통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이 연옥이 고통스러운 이유입니다. 우리는 최대한 이 세상에서 완전해져서 주님께 가야하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완전해지라고 명하시는 것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마태 5,48)

 

개신교의 말대로 믿음으로 다 해결된다면 이 세상에서 완전하게 되도록 노력하거나 죄를 짓지 않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죄는 용서되어도 그 벌은 남기 때문에 우리는 고해성사가 있어도 죄를 짓지 않으려고 힘쓰는 것입니다.

 

로마엔 연옥 영혼들에게 봉헌 된 성당이 하나 있습니다. 그 안엔 연옥 영혼에 관한 많은 기적들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화재가 나서 새겨진 연옥에 있는 한 사제의 얼굴, 옷과 책상, 책 등에 손 모양으로 타 들어간 것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일 분이 일 년처럼 고통스러워 자신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나타나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손을 대어서 탄 자국들을 남겨 놓은 것입니다.

 

이 세상의 공로는 믿음의 공로까지 합쳐지기 때문에 우리가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해주면 그들은 수백 배의 공로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그들이 또 이 세상에서 기도해주는 이들을 위해 주님 옆에서 얼마나 많이 청원해 주겠습니까?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하늘에 좋은 친구를 두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미사가 가장 큰 기도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식사 후 기도만 잘 해도 그들에게 수많은 위로를 줄 것이고 우리도 그 사랑의 보답을 크게 입으며 살게 될 것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하늘과 땅의 교류입니까? 이제 시작되는 위령성월, 연옥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조금 더 인간관계를 넓혀 봅시다.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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